본문 바로가기
📁One Book, One Action

어머니의 죽음, 그런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방인(By 알베르 카뮈)

by 꿈 많은 여우 2023. 3. 7.

이방인
이방인. 알베르 카뮈. 민음사

 

독서모임 덕분에, 이 책, <이방인>을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내용인 데다 결말이 궁금하기도 해서 빨리 보았습니다. 그런데 읽어내는 동안 주인공 뫼르소에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고 결말까지 답답함과 함께였습니다. 

 

자기 일상과 삶에 무관심한 듯 심드렁한 태도.

어머니가 사망하셨을 때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나의 일상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살아가는 태도.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아랍인을 총살한 후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판사, 검사들의 부조리 함.(사회적 통념이, 재판의 연관성과 진실성에 얼마나 불합리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줌)

여기서 더 나를 답답하게 한 건, 주인공 뫼르소는 본인의 재판에 왜 이토록 무관심할까? 이게 남일인가? 하는 생각.

 

이토록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은 책은 처음인 듯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기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충실히 살아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감은 그렇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희로애락-을 충분히 느끼며 사는 것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가 있었고, 국민 모두 애도했습니다. 일주일간 애도 기간을 갖기도 했고 말이죠. 우리에게 인간 존재와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뫼르소는 사람들이 좀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행동들을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문장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심지어 그의 연인 마리를 사랑하는 문제에 대해서 조차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 조차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삶은 허무하다는 것, 그러니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살라는 얘긴가? 

모순 덩어리인 세상,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인가?

결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관심없던 자기 인생에 죽음을 앞두고 단두대에 올라갔을 때 외롭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와주길 바란다? 

작가가 단순한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여러 가지 의문들이 계속해서 떠올랐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생각과 충돌되는 부분에서 혼란스러움도 있었습니다. 

 

인생이 허무한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무념무상(?)으로 살면 무슨 재미인가? 

인간은 합리적인 욕망을 가졌지만, 세계는 몰합리적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러한 세계에서 모두 인방인일뿐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 우리는 많이 들었고 그렇게 살라고 응원받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주인공 뫼르소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일에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꿈에 대한 약간의 집착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뫼르소와 삶의 철학이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인간의 허무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을 가져보면, 아직 내가 삶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얕아서 진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게 있겠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지만 어렴풋할 뿐, 선명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옮긴이의 해설을 보았습니다. 

『카뮈의 기본사상은 부조리와 반항에 뿌리를 둔다. 

인간 세계에 있어서의 존재를 모순적인 것으로 본다.

이성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합리의 욕망이 있는 까닭에 세계의 뜻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이 알아볼 만한 아무런 뜻도 없다. 인간이 가진 '합리의 욕망'과 세계의 '몰합리'라는 두 개의 상반되는 것, 이러한 이율배반으로부터 생기는 모순, 그것이 바로 카뮈의 부조리이며, 인간의 피하지 못할 숙명,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서 부조리를 명확히 인식할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의 인식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조리와 직면하여 모순을 해소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삶을 긍정하는 태도, 그것이 '반항'이다.

졸고 있는 의식이 불가피하게 허망한 모순에 부딪혀 부조리를 낳게 되는 귀결을 보여주는 것이 <이방인>이다.』

 

음, 삶을 긍정한다는 문장은, 저의 프로필 메시지네요.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삶 자체를 긍정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와닿았습니다. 그러면 행복해도 좋아서 날뛰지 않겠지만 불행이 오더라도 그리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One Book, One Action은,

해설을 봐도 해설과 주인공의 행동이 매칭되어 이해되지 않기에,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긴 채, 언젠가 다른 책들과 깊어진 생각들로 이해가 될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문장들 입니다만, 저의 생각을 깨버리는 내용들 몇 문장을 필사해 봅니다.

 


내가 식비는 어김없이 치렀느냐고 차장 검사가 묻자, 셀레스트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사사로운 일입니다."

 

다시 나의 범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증인대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할 말을 미리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제 생각으로는 그건 하나의 불행입니다. 불행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나 다 압니다. 불행이라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확실히 그건 하나의 불행입니다."

 

죽었다면 마리에게 나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는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릴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죽고 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사람이란 결국 무슨 생각에든지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마는 법이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너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방인
이방인. 알베르 카뮈. 리디북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