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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Book, One Action

에세이를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by 손미나)

by 꿈 많은 여우 2022. 12. 6.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저는 평소에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꼭 성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한 사람의 경험과 깨달음, 생각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고, 때로는 제 생각과 비슷한 부분에서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과 공감을 얻기도 합니다. 독서는 작가와 독자와의 대화라는 말처럼, 어느새 그 작가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이제 내가 아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손미나 작가의 이번 에세이는 번아웃을 맞으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삶과 신념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며 알게 되는 본인의 깨달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번아웃, 그로인한 삶의 깨달음은 겪어본 이들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현재 내 마음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 나를 너무 채찍질 하지 않는 것, 매 순간 찰나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는 것. 이런 포인트로만 이 책을 봤다면 저는 금세 흥미를 잃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저는 손미나라는 사람이 한 일들과 그녀가 사는 방식이 더 돋보였습니다.
약 10년간 방송국에서 일을 하다가 인생학교라는 회사 경영, 스페인에서 언론학 대학원 공부, 스페인어 공부, 이탈리아어 공부, 그런 와중에 여러권의 책 발간... 굵직한 일들만 이 정도겠죠.
하고 싶은 일들이 이렇게 명확하게 있다는 것과 그것을 실천해낼 용기와 능력이 저는 부러웠습니다. 이 정도쯤 하니까 번아웃도 크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쿠바에서 살 작정으로 떠나고 그 도시 구석구석을 느끼며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현지인처럼도 살아봅니다. 현지에서 만난 요가 강사와 심리 상담도 하고, 살사 선생님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습니다. 세계 각지에 사는 친구들이 쿠바로 여행을 오기도 합니다.
저도 번아웃이 온 경험이 두어번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하던 것을 멈추고 자고, 티브이 보고, 책 보고 그냥 놀면서 며칠 쉬어주면 다시 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손미나 님과는 번아웃 극복의 스케일이 하늘과 땅 차이죠! 자기가 해낸 일과 그 무게만큼 번아웃의 크기도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즉 개인의 능력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면적과도 비례한다는 얘기가 되네요.
그래서 저는 부러웠고, 더 많은 지식과 능력, 세상의 경험을 갖고싶고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습니다. 나중에 제가 쓴 이글을 보면 번아웃을 극복한 에세이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한 제가 부끄럽게 생각될 수 있겠으나 현재 제 입장에서는 솔직한 사실입니다.

가장 의외이면서 공감이 가서 반가웠고 위로가 되었던 챕터가 하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내 삶에 들이는 일'이라는 챕터였는데 손미나 님도 사람 관계를 어려워한다는 점. 아니 어렵고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자 또한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상처, 상실, 배신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내린 관계의 노하우는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 가볍고 길게 갈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최근 2~3년 이러한 생각들을 많이 해오고 있었기에 많은 공감을 하면 본 부분입니다.

손미나 작가의 이 책 '어느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는 에세이를 보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살면서 의미 있는 깨달음과 그래서 만들어진 자기만의 가치관, 포장 없는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책 한 권만큼 꺼내놓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에세이를 통해 이제는 지인이 된 듯한 손미나님의 경험, 생각, 가치관을 알게 되어 좋았고, 단순히 이런 정서적 공유에서 끝난 게 아니라 어쨌거나 나보다 월등히 나은 한 사람의 모습에서 부러움을 갖게 되고, 그 부러움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기에 더 의미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친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돈보다는 멋지게 살고 싶어.'
손미나님은 제가 상상했던 멋지게 산다는 인생의 표본과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내 적성에도 맞으면서 정말로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예전에 끄적이다가 완결되지 못한 것들, 벌여놓기만 하고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 머릿속에 생각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들. 이런 것들부터 다시금 애정을 갖고 깊게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One Book, One Action은,
책의 주제와 다른 결론이지만, 멋지게 살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할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해보자, 입니다.
물론 제가 손미나님 처럼 되지는 못할 것이고, 사람은 다 자기 그릇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환경과 재능, 그 안에서 이뤄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필사해봅니다.



"인간을 왜 '휴먼 빙'이라고 하는지 아니? 'being',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야. 근데 넌 그거로는 부족해서 자꾸 뭔가를 손에 더 넣어야 한다는 듯이 살잖아. 네 삶엔 너무 여백이 없어. 잠시 쉬면서 너의 존재를 음미할 틈이 없으니 늘 허기가 지겠지. 우린 '휴먼 워킹'이 아니라 '휴먼 빙'이란 말이야.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단다."

"에고를 내려놓는다는게 정확히 어떤 거죠?"
"음.... 에고는 자기가 되고 싶거나 가정하는 이상들이 응축된 걸 말해요. '실제'가 아닌 '이상'이란 점이 중요해요. 그리고 에고를 내려놓는다는 건 스스로 만든 이상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자기 몸의 한계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말하죠. 요가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수련하는 과정을 말하고요. 그러니까 에고를 내려놓다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꾸밈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이자 요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

'꼭 뭐에 써먹어야 해? 그냥 배우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나 목적은 없어. 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행복해. 그게 다야.'

처음엔 상처받다 나중엔 굳은살이 박이고 이제는 나만의 관계 맺기 노하우가 생겼다.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 '가볍고 길게 갈 것'.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것은 서로의 낯설음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알아갈 때는 아주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급하지 않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것.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상대와 자신을 서서히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큰 차이점을 발견해도 놀라 달아나는 일이 없도록, '여기까지가 전부구나'하는 것을 느껴도 타격이 없도록.

너무 많은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가다 우연히 잠깐 같은 곳을 걷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일이 더 쉬워진다. 그러다 정말 마음이 잘 통하면 짐도 나누어 들고 아픈 어깨를 주물러줄 수 도 있겠지만, 일단은 각자 걸어야 한다. 언제든 갈림길이 나오면 헤어져도 좋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리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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