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읽는 방법!
시라는 장르가 원래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미끄러지는 매력이 있죠. 특히 한강 작가님의 시는 문장 사이의 여백이 깊어서 처음 접하면 "이게 무슨 소리지?" 싶어 막막해지는 게 지극히 정상입니다.
시를 '분석'해야 하는 숙제로 느끼지 않고,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 드릴게요.
1. 이해하려 하기보다 '잔상'을 남겨보세요
시는 논리적인 설명서가 아니라 한 폭의 추상화에 가깝습니다. 문장의 뜻을 완벽히 해석하려고 애쓰기보다, 한 편을 읽고 난 뒤 마음속에 남는 색깔, 온도, 혹은 냄새 같은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예를 들어 "서늘하다", "축축하다", "환하다" 같은 느낌만 남았어도 그 시를 충분히 잘 읽으신 겁니다.
2. 소리 내어 읽어보기 (낭독)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입 밖으로 내어 읽을 때 시의 '리듬(운율)'이 살아납니다. 한강 작가님은 문장의 호흡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 천천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이 마음의 박자와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3. 나에게 '탁' 걸리는 한 문장만 찾기
시집 한 권을 다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60편의 시 중에서 내 마음을 툭 건드리는 단 한 줄만 발견해도 그 시집은 제 역할을 다한 거예요.
"이 구절은 왠지 지금 내 기분 같네?" 싶은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 밑에 줄을 긋고 잠시 머물러 보세요.
4. 시인의 '눈'을 빌려보기
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사물을 아주 낯설게 보는 작업입니다. "저녁을 서랍에 넣는다"는 표현처럼, 시인이 세상을 어떤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시선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시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젖어드는 것이다."
[독후감 공지]
1. 진짜 찐 독후감
2. 시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시 1편과 그 이유 +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 있을 경우, 어울리는 노래, 영화 추천)
이중에 편한 방법으로 적어주세요!
[시 짓기 공지]
주제어 : 봄, 밤, 사랑, 이별
[출판사 서평]
심해의 밤, 침묵에서 길어 올린 핏빛 언어들
상처 입은 영혼에 닿는 투명한 빛의 궤적들
한강 문학의 시적 기원!
“한강의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의 실재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이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펼치면 된다”
⭕시집을 읽은 느낌(독후감)
이번 책은 얇아서 좋았다. 금방 읽겠다. 부담 없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나의 이 요행심은 단 몇 페이지 만에 사라졌다.
앞 부분의 시 몇편을 읽었다. 머릿속에 남는것과 공감이 되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것인가.
시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냥 이대로 계속 읽기에는 막막한감이 있어 Gemini pro에게 물었다.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해.
[시를 읽는 방법]
1. 이해하려 하기보다 '잔상'을 남겨보세요.
2. 소리내어 읽어보기(낭독)
3. 나에게 '탁' 걸리는 한 문장만 찾기
4. 시인의 '눈'을 빌려보기
마지막으로 '시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젖어드는 것이다' 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Gemini의 조언대로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소리내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시가 너무 좋구나, 감동이다'라는 느낌 보다는 '잔상'을 주는 전반적인 느낌은 어두움, 축축함, 서늘함, 쓸쓸함, 피비릿내... 이런 밝지 않은 단어들이었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은 '혀, 피, 입술, 빛' 이런 단어들인데 의미를 알기 어려웠다.)
한강의 시는 한강의 소설과도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때 느꼈던 축축함과 서늘함이 있었다.
이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알고난 후, 두 번째로 낭독을 시작했다.
여전히 완벽히 이 시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에 '탁'하고 걸리는 문장들과 잠시 생각에 잠기는 시편들이 있었다.
11p.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14p.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73p.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성장,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76p.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60편의 시 중에 내 마음을 건드린 한 편만 있어도 그 시집은 제 역할을 다 한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은 두 번을 낭독해 보고 전부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낭독을 하는동안 몇번의 멈춤을 만들어 준 것으로 우선은 만족한다.
이 시집은 침대 옆에 두고 두 번, 세 번, 네 번...다시 보고 싶은, 그 때 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더 깊게 알아가게 되는 그런 시집일 것 같다.
⭕ 마음에 들었던 시 1편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BGM : 쇼팽-녹턴 2번 E flat Major Op.9-2
이 시는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라는 책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때 너무 좋아서 나의 프사에 올려두었다.
이번 기회에 다시보니 너무나 반가웠고 여러번 보고 또 볼 수록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글자가 없다.
첫 문단부터 그 동안 나의 치열했던 삶이 위로받는것 같아서 울컥하면서도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내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알아줄 수 없는데 '운영'이라는 녀석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사랑, 후회, 집착
내 얼굴 윤곽 사이사이 움푹파인 눈두덩, 그늘과 빛을 만들었던.
그 삶의 흔적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어루만저 준다.
계속 이 시편에 머물러 있으면서 내 삶을 위로받고 평온함을 좀 더 느끼고 싶다.
⭕나누고 싶은 질문
1) 제목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시 짓기
두 개의 머그컵
넌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물 좀 줘' 라는 나의 말에
너는 두 개의 머그컵에 물을 담아온다
한개는 너의 것
한개는 나의 것
나는 의아함을 뒤로하고 말없이 물을 마신다.
또 다른 어느날
'나도 물 좀 줘' 라는 나의 말에
이번에도 너는 두 개의 머그컵에 물을 담아온다
한개의 너의 것
한개는 나의 것
나는 약간의 서운함을 뒤로하고 말없이 물을 마신다.
어느날 카페에서
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너는 말한다.
'너 찬거 안좋아 하잖아'
그 때 알았다
너의 컵은 냉수였고
나의 컵은 정수였다는 것을
넌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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