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기 개발서를 습관처럼 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설과 고전문학은 시간상, 습관상 가까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개발서를 볼 때 인용으로 자주 등장하는 책이 싯다르타였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Tools of Titans(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도 많은 타이탄들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인용하기를 좋아한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개발서의 연장선으로 이 책을 구매했습니다.
이 책의 첫 챕터를 보았을 때,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이책을 이제야 보게 되었을까?'
'이 책의 장르는 뭐지? 분명 세계문학전집, 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소설 같지 않은 이 느낌.'
에세이? 소설? 철학? 이 세 가지 장르를 혼동하면서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소설로 받아들이고 읽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읽어왔던 것과는 처음 접하는 장르의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인 고타마 싯다르타를 통해 진짜 자아가 무엇인지, 진짜 인생의 진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뇌하고 찾아가기 위해 경험하는 과정에서 저는 여러 번 멈추었습니다. 밑줄을 긋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남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 아닌, 자기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뇌하는 태도와 그 생각들. 제가 그동안 상상해본 적 없는 깊은 내면에 대한 표현이었으며 싯다르타의 고뇌에 저도 동요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조금 오그라드는 이야기 같지만 진짜 그랬습니다. 싯다르타가 옴(완성)이란 무엇인지를 깨닫는 동안 저는 점점 제 마음이, 제 정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싯다르타는 마침내 인생의 진리를 스스로 발견하고 옴(완성)을 깨달았지만, 당연히 저는 그 '옴'을 온 몸으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어렴풋 하게는 알겠고, 결코 내가 될 수 없는 경지라는 점, 그러한 것을 누군가는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느낌으로나마 알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속의 모든 깊은 고뇌와 발견, 깨달음들이 나의 내면과 일체가 될 수 있도록 수십 번을 읽고 싶은 책입니다.
그래서 하나만을 골라내기 너무 어렵지만,
오늘의 One Book, One Action은,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 할 줄 압니다."
여러 자기개발서에 인용되는 이 책의 대표 문장을 이제 제대로 이해했네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이 세 문장을 내 삶 속에 반영한다면, 항상 불안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제 인생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
오늘도 인상적인 문장들을 필사해봅니다. 특히 뱃사공 챕터에서 강물에 대한 표현은 신비롭고, 진짜 그래 보였고, 어떻게 이런 시각으로, 이런 감성으로 표현을 할까 하는 감동을 받으며 여러 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고 또 읽어서 내 감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읽기만 한다고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한 감각들을 자주 인지하고 깨닫는 삶을 살고 싶네요.)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 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멸각하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로 되는 것, 마음을 텅 비운 상태에서 평정함을 얻는 것, 자기를 초탈하는 사색을 하는 가운데 경이로움에 마음을 열어 놓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였다. 만약 일체의 자아가 극복되고 사멸된다면, 만약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과 모든 충동이 침묵한다면, 틀림없이 궁극적인 것, 그러니까 존재 속에있는 가장 내밀한 것, 이제 더 이상 자아가 아닌 것, 그 위대한 비밀이 눈뜨게 될 것이다.
그는 자기의 감각을 죽였고, 자기의 기억을 죽였다. 그는 자신의 자아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와 수천가지의 낯선 형체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으며, 짐승이 되고, 썩은 고기가 되고,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깨어나면서 다시 자기 자신을 발견하였다.
고타마
부처는 겸허한 태도로 생각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고요한 얼굴은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아 보였으며, 내면을 향하여 그윽한 미소를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감추고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미소를 머금고, 사뿐사뿐, 유유히, 튼튼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부처는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그의 발걸음, 그의 조용히 내리깐 눈길, 그의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손, 그리고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그 손에 붙어 있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모두 평화를 말하고 있었으며, 무언가를 구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모방하지도 않았으며, 결코 시들지 않는 안식 속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 속에서, 결코 깨뜨릴 수 없는 평화 속에서 부드럽게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그분처럼 바라보고, 미소 짓고, 앉아 있고, 걷는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어.
나도 그분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그렇게 거룩하게, 그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미소 짓고, 앉아 있고, 걸을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걷는 거야.
카말라
이처럼 무언가를 추구함이 없이, 이처럼 단순소박하게,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이처럼 미몽에서 깨어나서, 이처럼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 마음의 문을 연 채로, 이처럼 아무 불신감도 없이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것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매 시간 시간이 마치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돛 아래 온갖 보물과 기쁨을 가득 실은 그런 돛단배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육체도 자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감각의 유희도 자기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색 또한 자아가 아니었고, 오성도, 배워서 얻은 지혜도, 결론을 끄집어내고 기존의 사상으로부터 새로운 사상을 실을 잣듯이 술술 만들어 내는 그런 습득된 재주도 자기가 아니었다.
설령 감각그 이라는 우연한 비본질적인 자기를 죽이고, 그 대신에 사고와 학식이라는 또 다른 우연한 비본질적인 자기를 아무리 살찌운다 하더라도, 결국 어떠한 목표에 다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감각과 사유 두 가지 다 상당히 좋은 것이었다. 그 두 가지의 배후에는 궁극적인 참뜻이 숨어 있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어제 내가 그대에게, 나는 사색할 줄 도, 기다릴 줄도, 단식할 줄도 안다고 이야기하였는데, 하지만 그대는 그런 능력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였소. 그러나 그런 능력이 많은 일에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카말라, 그 사실을 그대는 알게 될 것이오. 그대는, 숲에 살고 있는 사문들이 그대들은 할 수 없는 그런 많은 근사한 일을 배우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그저께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수염이 무성한 거렁뱅이에 불과하였지만, 어제 나는 벌써 카말라와 입맞춤을 하였고, 곧 상인이 되어 돈을 갖게 될 것이고 그대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물건들을 모조리 갖게 될 것이오."
어린애 같은 사람들 곁에서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 할 줄 압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라문은......"
"진짜 상인도 아니고 결코 진짜 상인이 되지도 않을 거야. 그의 영혼이 정열적으로 사업에 몰두한 적이 한번도 없거든. 그러나, 그가 좋은 별자리를 타고 태어나서인지, 마술을 부려서인지, 사문들한테 그 무엇인가를 배워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성공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지니는 비밀을 지니고 있어. 언제난 그는 사업을 단지 장난하듯이 하는 것처럼 보이네. 그는 한 번도 사업에 몰두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손해 보는 것을 걱정한 적이 없네."
그는 사람들이 어린 아이나 짐승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사랑하는 동시에 경멸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는 그런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 그러니까 돈이나 사소한 즐거움, 하찮은 체면을 얻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서로를 욕하고 모욕을 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사문이라면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런 고통 때문에 그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사문이라면 없어도 괜찮다고 느낄 그런 것이 없어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가 떨어지는 나뭇잎과 다를 바 없는 존재야.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가르침과 법칙을 갖고 있지 않아.
뱃사공
애정을 담은 눈길로 그는,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 속을,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그 투명한 초록빛 강물 속을, 온갖 불가사의한 무늬의 윤곽선을 만들어 내는 수정 같은 잔물결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찬연히 빛나는 진주들이 물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을, 고요한 물거품들이 거울 같은 수면위에 떠올라 헤엄치는 모습을, 그 물거품 속에 하늘의 푸른빛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강물이 수천 개의 눈으로, 그러니까 초록색의 눈으로, 하얀색의 눈으로, 수정 같은 투명한 눈으로, 푸른 하늘색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강물을 사랑하라! 그 강물 곁에 머물러라! 강불로부터 배우라!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그는 강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시냇물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현재만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바로 이런 것이지요?
모든 것은 현존하는 것이며, 모든 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옴
그는 그들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그는, 생각과 통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충동과 욕망에 의해 좌우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였으며, 그 자신도 더불어 그런 생활을 하였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다르타에게는 이제 더 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싯다르타는 심지어 가끔씩 이러한 지식, 이러한 생각이 과연 그렇게 매우 높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생각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혹시 생각하는 인간, 아니 생각하는 철부지인 자기의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은 아닐까.
생각한다는 점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는 세속적 인간들이 현인인 자기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자기를 훨씬 능가할 때도 자주 있었다.
자기 말에 귀 기울이는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마치 그 상처를 강물에 넣어 씻어서 결국은 상처가 아물어 강물과 하나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어떤 특정한 소리에 묶어 두거나 자신의 자아와 더불어 그 어떤 특정한 소리에 몰입하지 않고 모든 소리를 듣고, 전체, 단일성에 귀를 기울일 때면, 그 수천의 소리가 어우러진 위대한 노래는 단 한 개의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완성이라는 의미의 옴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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